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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 그 만큼만
    존심과 방심 2022. 3. 6. 17:47

     

      오랜만에 실로 백만년만에 살사바에 갔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쇼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2016년부터니까 벌써 횟수로 6년인데도 쇼셜은 늘 두렵다. 그런데도 춤추기는 참 행복하다. 꾸준하게 주말이면 어김없이 기초무브연습을 하러 간다. 물론 연습을 하는 것은 멋진 쇼셜을 하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똥인지 된장인지도 몰랐다. 도대체 왼쪽으로 돌라는 거야 오른쪽으로 돌라는 거야. 2년 정도 지나자 어떤 패턴을 요구하는 것일까를 예측하는 것에 온 신경이 몰아쳤다. 3년이 지나자 패턴보다는 몸의 움직임이 보였다. 미끄덩 거리는 저 근육들의 움직임이란. 저 여자는 모가지에 모터를 달았나. 3단 돌리기를 하며 살세로의 얼굴을 정확히 세 번 강타하는 장렬한 아름다움이여. 그래서 시작한 주말수업. 무브먼트를 비롯하여 뮤지컬리티를 위해 라틴음악듣기 등. 모든 살사인들이 그러하든 나도 그렇게 계단을 밟아 나간다.

     

      코로나19로 가장 오래된 중년중심의 라틴바가 문을 닫았다. 다들 춤을 추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한다. 물론 상관은 없지만 늘 심리적 부담과 경계는 뚜렷한 듯 하다. 무시당할 수도 무시 할 수도 없는 세월의 수긍이랄까. 가고자 하는 살사바에 연령층이 어떠한지 맨 먼저 확인한다. 겉으로는 민폐일까봐라고 말하지만, 그들속에 내가 이방인이 된 느낌은 싫다. 나이가 들면서 명확해 지는 것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는 거다. 굳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까지 만날 필요는 없다는 거다. 하물며 내가 좋아서 시작한 춤인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마스크! 마스크 때문에 얼굴의 반을 가리운다. 그래서 내 세월의 흔적도 휙 가리울 수 있다(휙이 중요하다. 마스크를 써도 3초이상 나를 보면 다 알 수 있을, 내 나이 52)

     

      오랜만에 실로 백만년만에 살사바에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전 앞서가는 미키선생님이 갑자기 휙 돌아서면서 내 머리에 자신이 쓰던 야구모자를 푹 하고 씌워준다.

     

    ?’

    . 입장 거절당할까봐요

     

      아. 이곳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살사바인가보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스침에 이어지는 또 다른 나의 인식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내가 벌써 그 나이인가? 둘째, 내가 그리 나이들어보이나? 셋째, 우씨 춤추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자기가 그래놓고!. 가야해 말아야해 라는 고민이 머리에 가득 찼지만 그래도 나를 끌고 내려가는 미키샘을 바라보며 다시 세 가지 압축. 첫째, 모자까지 씌워주면서 까지 살사바로 인도하려 하는구나 둘째, 모자라도 쓰면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이듬의 보정이 되는 구나 셋째, 이렇게 큰 모자(미키샘의 머리둘레와 내 머리둘레의 차이)를 쓰면 나 춤 출 때 힘든데 어쩌나.

     

      멋진곳이다. 대한민국의 상위200명의 살세라 살세로는 다모였다. 춤실력, 뮤지컬리티, 자기를 맘껏 표현하는 옷 맵시, 위풍당당까지, 그리고. 이 젊음! 저 젊음! 에브리씽 젊음! 지상1 층과 지하 1층을 애워싼 에브리바디 젊음에 압도당하려고 할 때, 기죽지 말라고 미키샘이 연속으로 바차타와 살사를 신청한다. 압도당했던 플로워에 2곡을 추고 나니 몸도 맘도 살짝 위로당하였다. 이 정도면 저 젊음 이 젊음이 춤을 신청해도 감당되겠다라는 2차 자기위로를 거치면서 계속 이어지는 소셜신청에 3차 위로, 4차 위로, 5차 위로, 6차 위로,... 역시 마스크의 힘이여, 3초의 마술이여.

     

      대한민국 상위100명의 살세로들이라 그런지 소셜뿐 아니라 개인 샤인이 기가 막히다. 음악을 가지고 놀았고 음악에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즐길 뿐 아니라, 소셜보다는 개인 샤인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나오면 어김없이 발산한다. 함께 발산하며 소셜을 추다가 체력이 저하되면 뒤로 물러서며 사람들의 댄스를 관찰한다. 저 젊음은 이렇게 추는 구나 이 젊음은 이렇게 반응하네 에브리딩 젊음들은 이런 풋워크를 사용하는구나 에브리바디 젊음들은 오우 그러그러한 샤인을 추는 구나.

     

      음악에 따라 개인기에 따라 많게는 한 곡에 개인 샤인을 5회에서 9회정도 넣는 듯 하다. 근본없는 막춤을 추는 사람, 아프로쿠반을 기반으로 추는 사람, 선천적으로 춤 동작이 자연스럽게 응용되는 사람, 무브먼트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 개개인의 천차만별속에 개인의 춤 실력도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살사는 소셜이다. 상대와 함께 하는 춤이다. 개인을 놓고 보면 대한 민국 상위 100명의 살세로 상위 100명의 살세라 들이지만 100 커플을 프레임에 놓고 볼 때 조화롭게 아름답게 드라마틱하게 합을 맞추어 추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만나서 음악에 맞추어 3분에서 5분 안에 역사를 만드는 것이 소셜이다. 춤 실력이 매우 매우 우수한 살세라 살세로가 만난다고 아름다운 역사적 5분을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서로의 뽐냄만을 강조한다면.

     

      춤을 출 때 상대를 작아지게 만드는 것,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샤인에만 열중하는 것, 상대가 자신의 패턴을 받지 못한다고 성의없게 딴 곳을 바라보면 다른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 샤인이라는 것이 낯설어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도 자신의 샤인을 뽐내는 것! ‘보다는상대! 딱 그만큼만! 함께 맞추어 소셜을 추는 살세라 살세로가 라틴문화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사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우선 염색도 해야겠고, 살도 더 빼야겠고, 맵시있는 옷도 사야겠고, 댄스화도 바꿔볼까!. 무엇보다 매주 있는 미키라틴 수업도 빠지지 않으면서 기초무브먼트 연습, 텐션 연습, 프레임 유지 연습도 열심히 해야지, 아 그리고 뮤지컬리티와 샤인을 위해 개인연습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겠다라고 다짐해 본다.

     

    **存心放心**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는 딱 그 만큼만,

    레프트턴 라이트턴 조차 상대의 수준에 맞추어 주는 딱 그 만큼만,

    ‘누구라도 오세요’. ‘딱 그만큼’이 세상에서 젤 멋지게 조화롭다는 것을 보여드릴께요.

     

    *용어* 

    소셜(Social) _ 라틴바에서 춤을 추는 것

    살세라(Salsera) _ 살사추는 여자

    살세로(Salsero) _ 살사추는 남자

    텐션(Tension) _ 춤출때 서로 밀고 당기는 힘

    프레임 _ 서로 맞잡은 손, 팔, 어깨 유지(프레임이 잘 유지되어야 텐션을 느낄 수 있음

    패턴(Pattern) _ 살사나 바타차를 출때 사용되는 동작

    샤인(Shine) _ 서로 춤을 추다가 음악에 맞추어 떨어져서 혼자 보여주는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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