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의 여정

  여정(旅程, journey)은 여행중에 거쳐가는 길이나 여행의 과정을 뜻합니다. 기부자의 여정이란, 우리 조직에 기부한 기부자가 기부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왜 기부자의 여정을 고민하고 공부해야 할까요? 모금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사람을 모으는 것입니다. 또한 모금은 함께 모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성을 위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 나아감의 과정에서 조직은 조직다운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고 기부자 역시 변화와 성장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동반성장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조직과 기부자는 서로의 과정을 함께 합니다. 그 여정을 통해 성장합니다. 그런데 조직이 이러한 기부자의 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기부자의 여정이라는 것을 생각조차 못했거나, 알면서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거나, 중요함을 알았지만 할 엄두를 못했거나, 어떠한 이유 이던간에 이는 조직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명입니다. 비영리 조직의 성장은 사회에 대한 신뢰입니다. ‘신뢰’로 기부, 봉사라는 자발적 실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뢰받는 비영리조직은 기부와 봉사가 활발합니다. 즉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입니다.

 

  조직입장에서 기부자의 여정이 중요한 이유는 기부자가 기부하는 과정(기부를 시작하게 되는 그 순간, 기부를 신청하는 것, 기부 신청후 기부자로써의 생각, 기부금이 사용되는 것, 기부금으로 변화되는 여러 상황들, 기부를 증액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기부하자고 이야기 하는 것, 기부를 잠시 멈추어야 되는 상황 등)속에서 기부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 기부자의 심정, 기부자의 인식, 기부자의 희망을 알아야, 예측할 수 있어야 소통이 될 수 있고 관계가 증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기부자 페르소나’라는 표현입니다. 페르소나(Persona)는 심리, 문화예술 분야에서 사용되는 언어입니다. 통합적으로 가면, 역할, 행동의 주체로 해석됩니다. 기부자 페르소나라는 것은 현재 우리 조직에 기부하는 기부자의 인식을 하나의 형상으로 조직에서 정의하는 것입니다. 기부자의 여정 안에서 각각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그 인식에 맞게 우리는 어떤 태도로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어떠한 관계증진을 해야 하는지를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페르소나가 정의되지 않으면 우리 조직은 명확하고 적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어렵습니다.

 

  기부자 페르소나는 조직의 기록으로 만듭니다. 여기서 기록은 기부자에 대한 데이터를 비롯하여, 정기적인 설문조사, 행사나 참여 프로그램에서의 반응, 담당자의 감각 등을 분석한 것들을 기반으로 만들어 집니다. 따라서 조직의 기록이 잘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기부자 페르소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기록에 의해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기부자 페르소나가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페르소나는 영구적이지 않습니다. 정기적으로 내용을 변화시키고, 목적에 따라 페르소나의 인원수도 변경될 수 있습니다.

 

  기부자의 페르소나는 조직과 기부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활용됩니다. 기부요청, 기부자 관계예우정책, 관계형성에 필요한 메시지, 시기, 방식 등에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세세하게는 기부빈도나 기부금액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도 하고, 기념품 선정, 행사방식과 내용, 소통채널에 대한 부분까지도 사용됩니다. 이를 위해 조직은 ‘기부자 여정지도’ 혹은 ‘기부자 생애주기 설계’를 만들어 기부자의 경험과 인식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점검하기도 합니다. 영리조직에서는 고객의 경험을 기반으로 고객여정지도(Customer Journer Map)를 제작하여 소비자들이 어떤 정보탐색을 거쳐 구매에 이르는지 구매의사결정과정을 지도화하여 모델화하고 마케팅 성과를 높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넷플릿스 고객경험지도, 스타벅스 고개여정 지도 등 포털사이트에 많은 예시가 제공되기도 합니다.

 

  기부자여정지도(기부자생애주기설계)를 만들기 위해 조직 전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제시한 착실하게 기록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활동에 대한 기부자의 반응을 복기하면서 페르소나를 선정하고, 만들어진 페르소나를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할지에 대한 전략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조직과 기부자는 동반성장합니다. 이를 위해 기부자의 경험을 체계화하여 기부자의 선한여행을 위해 함께하는 동반자로써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이 글은 어명희님의 요청으로 지난 2021년 11월 자원개발네트워크에서 진행한 노무현재단 정슬기 팀장님의 강의내용을 기반으로 평소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 정현경의 글입니다. 아울러 ‘기부자 생애’라는 주제로 2020년 6월 21일 정현경의 연대공작단 블로그에 올린 원고를 첨부합니다. https://joining.tistory.com/26?category=379492 

[기부자 생애]_슬기로운 기부생활 Ep5.